오영식(51)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사장이 11일 사장직에서 물러난 것은 형식적으로는 ‘자진 사퇴’지만 사실상 ‘경질’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최근 잇달아 발생한 철도 사고가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로 조성된 근무 기강 해이 때문이라는 비난이 쏟아지면서, 청와대 등 여권도 오 사장을 안고 가기에 부담이 너무 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3주간 11건이나 일어난 열차 사고에 책임을 지고 이날 오전 물러난 오 사장은 지난 2월 취임 때부터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 낙하산 인사’ 논란에 시달렸습니다. 철도 분야 경력이 전무한 오 사장은 고려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2기 의장을 지낸 ‘586’ 운동권 출신의 3선 의원입니다.
취임사에서부터 동반자적 노사관계 등을 강조한 오 사장은 실제로 취임 이틀 만에 파업에서 해고된 노조 98명의 전원 복직을 약속하는 파격 행보를 보였습니다. 이후 10개월의 재임 기간 내내 친(親)노조 정책이 단행됐습니다. 4월 해고 노조원 98명 중 65명이 1차 복직했고, 7월에는 KTX 해고 승무원 180여 명의 특별채용에 합의했습니다. 8월에는 7000명에 달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노사관계 개선 외에 오 사장의 관심은 남북철도 연결과 SR(수서고속철도 운영회사)과의 통합에 집중됐습니다.
오송역 단전 사고 후 오 사장은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안전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후에도 사고가 이어졌고, 지난 8일에는 강릉선 KTX 열차가 탈선하는 사고까지 벌어졌습니다. KTX 열차 탈선은 2011년 이후 7년 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