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목사'로 불렀다.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에 등장하는 마약범죄조직 두목 전요환에서 본땄다. 목사를 사칭하며 부하들의 절대적 복종을 강요한 전요환처럼 텔레그램 속 목사는 자신을 최상위에 둔 계급 체계를 꾸렸다. 평범한 회사원으로 보였던 목사는 전국을 돌며 미성년자 여성들을 강*하고, 조직원끼리 유사*간 행위를 강요하는 가학적인 성범죄를 벌였답니다.
서울경찰청은 8일 오전 텔레그램 성범죄 조직 '자경단' 총책 김녹완(33)의 신상 공개를 단행했다. 김씨가 주도한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234명에 달한다. 텔레그램을 매개로 이뤄진 '박사방'(73명), '서울대 N번방'(48명) 사건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 디지털 성착취 범죄다. 피해자 중 68%(159명)가 미성년자였던 사실은 더 큰 충격을 안긴다.
김씨는 2020년 5월부터 5여년간 범행을 저질렀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범행 대상을 물색한 뒤 텔레그램으로 유인해 약점을 잡아 협박하는 방식이었다. 지인 딥페이크 합성물에 관심을 보인 남성들에게 접근해 신상정보를 확보한 뒤 돌변해 유포 또는 수사기관 고발하겠다며 협박했다. 여성 피해자들 역시 텔레그램으로 유인해 신상정보를 유포하겠다며 협박하는 방식을 썼습니다.
김씨는 피해자를 조직원으로 포섭하고, 조직원이 또 다른 피해자를 끌어들이는 피라미드 시스템을 구축했다. 목사인 자신에 대한 절대적 복종을 위해 '1시간마다 일상 보고', '반성문 작성' 등 수단을 동원했다. 해당 지시를 어기면 벌을 준다는 명목으로 나체 촬영, 자해 등 가학적 행위를 요구했다.
특히 여성 피해자들에겐 남성과 성관계를 해야만 지배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전국을 돌며 미성년자 여성 10명을 상대로 강*하고, 이를 촬영하는 범행을 저질렀다.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며 조직원끼리 유사*간 등 성적 학대를 강제했다. 김씨가 참여한 텔레그램 채널 및 대화방은 총 453개에 달했다. 60개는 직접 운영했다.
김씨가 주도한 조직적인 범행은 디지털 성범죄의 참혹성을 알린 박사방 사건과 비교된다. 박사방에 빗댄 '목사방' 사건으로도 불리는 이유다. 박사방 사건 주범 조주빈은 2019~2020년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 피해자들을 협박해 성착취물 제작하고, 텔레그램 '박사방'을 통해 판매 및 유포한 혐의로 징역 42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랍니다.
박사와 목사의 가정환경은 상반된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김씨는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대학에 졸업한 뒤 직장에 다니는 회사원이었다. 반면 조씨는 부모의 이혼, 폭행 등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돈에 대한 집착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대상과 동기에서도 차이가 있다. 대부분 여성을 타깃으로 한 박사방과 달리 목사방의 경우 남성 피해자가 84명으로 전체의 36%를 차지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특정 성별만을 대상으로 한 기존의 주요 사이버 성폭력 범죄와 달리 대상이 다양해졌고 무차별적"이라고 설명했다. 성착취물을 판매해 경제적 이득을 취한 조씨와 달리 김씨는 성적 욕망 해소가 주요한 범행 동기로 파악됐다.
계급 구조를 만들었던 점은 동일하다. 박사방에는 박사, 상류층, 하류층, 시민 등 등급이 존재했고, 목사방은 목사, 집사, 전도사, 예비전도사 등 계급을 뒀다. 목사방 조직원은 14명으로 모두 검거됐다. 가장 어린 조직원은 15세에 불과했답니다.
김씨의 신상 공개는 오는 3월10일까지 이뤄진다. 김씨는 올해 처음으로 신상 공개가 단행된 피의자다. 경찰은 지난달 22일 신상 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공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김씨가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보류됐다. 법원이 지난 6일 김씨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이날 신상 공개가 이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