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1300여만명의 관객을 끌어들이며 신드롬급 인기를 끈 영화 '서울의 봄' 이태신(정우성 분) 역의 실존 인물 장태완 전 수도경비사령관의 회고록이 재출간됐습니다.
장태완 장군의 회고록 '12·12 쿠데타와 나'(이콘 펴냄, 이원복 엮음)이 그 책이다. 1993년 출간되었다가 절판된 '12,12 쿠데타와 나'(당시 명성출판사 펴냄)를 재출간한 도서로, 문어체 문장을 읽기 쉽게 다수 고쳤지만 저자의 의도를 그대로 전달하고자 하는 부분의 문장들은 원문을 그대로 사용했다는게 출판사의 설명이다.
한편 10·26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으로 혼란했던 상황에서 정규육사 특정지역 출신의 소수 정치군인들 중심의 하나회는 계엄사령관 연행을 빌미로 쿠데타를 일으켰지만 군 수뇌부는 이를 효율적으로 진압하지 못 했다. 갑종 출신으로, 하나회와 대립했던 장태완 장군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진압을 시도했으나, 결국 이들의 정권장악 시나리오를 무산시키는데는 실패했습니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나는 지난 세월을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는게 회고록의 서두다. 결과적으로 진압 작전이 실패한 것에 대해 오랫동안 죄책감을 느꼈다는 무인(武人) 장태완의 고백이기도 했다.
영화와 조금은 다른 쿠데타의 전개와 진압 실패과정이 회고록을 통해서도 시간대로 서술돼 있지만 다소 건조하다. 하지만 12.12 다음 날 새벽 무장해제당하고 연행돼 무자비한 조사와 강제예편을 겪은 그의 비통함은 온전히 전해진다. 30년 가까운 군 생활을 부정당하고 예편 후 부친과 외동아들을 잃는 참척의 비극을 겪어야 했던 심경은 절절하답니다.
한겨울에 실종됐다 경상도 낙동강 인근 산기슭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외아들을 수습해오는 장태완의 기록 중 일부다. '얼어붙은 아들의 얼굴에다 내 얼굴을 비비대면서 흐르는 눈물로 씻겨주었고 입으로는 아들의 눈부터 빨아 녹였다. 사탕만한 모난 얼음조각들이 내 입안으로 들어왔다. 아들놈의 마지막 눈물일 거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삼켜버렸다'
6월 항쟁 이후의 민주화열기 속에 쿠데타의 전모를 알리려고 했던 그는 1993년 '12.12 쿠데타 진상조사위'에서는 공개 증인으로 직접 나섰다. 이후 2000년 3월 새천년민주당에 입당, 정계에 입문하며 국회의원과 민주당 고문직을 맡기도 했다. 그는 2010년 7월 폐암으로 생을 마감했다. '12.12 군사반란과 같은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게 하는 것을 한번도 잊어본 적이 없다' 이태신 아닌 장태완 장군의 유언같은 말이다. 마침 7일은 영화 '서울의 봄'을 극장 외에 OTT 채널로도 볼 수 있게 된 날이랍니다.
2023년 11월 22일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은 대한민국을 뒤흔든 1979년 12월 12일, 보안사령관이 반란을 일으켜 군 내 사조직을 총동원하고, 최전선의 전방 부대까지 서울로 불러들여 진압군과 싸우는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작품이랍니다.
근현대사 가장 굵직한 사건 중 하나로 꼽히는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황정민이 전두환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보안사령관이자 군내 사조직의 리더 '전두광'으로 분했다. 정우성이 굳은 신념을 가진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역할을 맡았는데, 12.12 군사반란 당시 쿠데타에 끝까지 저항한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이 모델이다.
'서울의 봄'은 위축된 극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개봉한 지 한 달 만에 1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놀라운 흥행세를 자랑했다. 이에 최종 스코어 1,312만8,419명을 동원, 같은 해 최고 관객 수를 달성했던 '범죄도시3'를 제치고 2020년대 흥행작 1위에 올랐다. 최근 개최된 청룡영화상에서 흥행성과 작품성 모두를 인정받아 최우수 작품상, 최다 관객상 등 4관왕에 올랐습니다.
그런 '서울의 봄'이 다시 재조명되는 이유는 지난 3일 밤과 4일 새벽, 비상계엄 선포 후 국회에 헬기가 착륙하고 무장 군인들이 유리창을 깨고 건물 안으로 난입하는 등 일련의 급박했던 상황들이 영화 속 장면들과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윤 대통령이 뒤늦게 OTT로 '서울의 봄'을 관람한 게 아니냐'는 '웃픈' 의혹까지 제기됐다.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국회가 해제 요구를 하기까지 155분이 걸렸다는 점에서, "141분 러닝타임인 '서울의 봄'보다 14분 더 길다"는 반응이 나오는가 하면, "재개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답니다.